**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절망 ...... (구일모 신부)
   기쁨과희망   2007-10-08 10:01:53 , 조회 : 2,994 , 추천 : 418


가정방문 중에 어느 쉬는 교우를 찾아 가는데 같이 동행하던 자매들이 “그 집은 가나 마나예요. 냉담한 지가 벌써 20년이나 된대요. 게다가 정신병까지 있어요. 신부님, 그 집은 갈 필요가 없습니다.”하며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그래도 한번 방문해 봅시다.”

그 집에 들렀더니 쉬는 교우라는 분은 마루에 누워서 방문 온 신부와 일행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다른 데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자매의 어머니도 성당에 안 다닌 지 20여 년이 넘었답니다. 집주인이신 할아버지는 여든이 넘으셨는데 자신은 오랫동안 불교를 믿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안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누워있던 자매는 방으로 들어가고 할머니와 대화를 했습니다. 그 할머니의 딸인 자매는 20여 년 전 초등학교 선생님일 당시 결혼을 했고, 곧 이혼을 원하던 남편한테 많이 맞았다고 했습니다. 그로인해 정신병이 심해져서 친정으로 돌아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대충 이야기를 들은 후 돌아와서, 아픈 마음을 헤아리며 가끔 방문을 하였습니다. 그 후에 그분은 병이 더 심해져서 국립정신의료원에 입원했습니다. 병원에 면회를 갔더니만 제 이름을 기억 못하던 자매는 면회를 거절했습니다. 몇 번이고 말씀드려 면회를 하고 왔습니다. 자매는 몇 달 입원 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주님! 지금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절망하고 있을 까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중병 속에서 지금도 신음하고 있을까요? 무슨 죄가 많아 이런 병에 걸려서 괴로워해야 하냐고 부르짖고 있을 까요. 주님 이 자매에게 영육간에 건강을 주셔서 많이 아프고 절망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봉사하게 하소서!”

방문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된 이제는 제가 신부인 줄을 압니다. “주님, 부족한 우리들을 통해 세상에 당신의 사랑을 전하게 해 주소서”하고 기도하며, 그 자매에게 “자매님은 깊은 마음의 병을 앓았으니까 마음에 아픔을 갖고 있는 분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니, 그분들을 위해서 같이 일을 하자”고 부탁하면 힘은 없지만 잔잔히 웃습니다. 20여 년간 버려졌던 삶 속에서, 긴 방황의 늪에서 조금씩 힘을 내고 있습니다. 세상의 절망 속에 빠진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기도해 줄 수 있음을 믿고 있는 듯합니다. 씻지 않은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러나 그 선한 눈빛은 조금씩 자신의 소명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사제인 나를 바라보며 힘없이 웃습니다. 이 작은 미소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을 분노와 절망, 아픔과 서러움의 늪에서 괴로워했을까요?

주님, 이 분의 가녀린 미소 속에서 저도 작은 보람을 느낍니다. 주님 ,부족한 저를 통해 당신의 무한하신 그 사랑을 세상에 전하소서.

<구일모 신부 / 대전교구 청양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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