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udium et Spes Pastoral Institute *
 
                 
 




 

 


   

선배 신부님들 ...... (구일모 신부)
   기쁨과희망   2007-12-07 13:32:43 , 조회 : 3,145 , 추천 : 435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들었던 산천이, 어느새 겨울을 알리는 찬바람에 앙상한 나뭇가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 봄, 여름 동안 힘차게 일하던 푸르른 나무들이 그 결실로서 밤, 감, 사과, 배, 모과, 은행 등 많은 먹을거리를 우리에게 내 주고서 조용히 소명을 마치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강렬하던 정열의 푸름이 갈색의 성숙함으로 변하면서 내일의 밑거름이 되고자 조용히 하나 둘 땅으로 떨어지는 과정이 좀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을 내 주면서 사라지는 모습에서, 우리도 성숙과 변화의 시간을 거쳐 언젠가 저렇게 아름답게 떠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많은 선배 신부님들, 우리에게 자리를 물려주시고 떠나신 그 분들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특히 신학교에서 저희를 가르쳐 주시던 신부님 중에서도 선종완 신부님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수업이 끝나는 종과 함께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뛰어 나가는 순간에 검은 수단을 입은 작은 키의 신부님이 책 보따리를 옆에 끼고 들어오셨습니다. 다음 강의에 가르칠 책들을 강단 위에 주섬주섬 올려놓으시고 단위에 조용히 무릎을 꿇고는 시작종을 기다리시던 신부님! 시작종이 울리면 기도를 올리면서 수업이 시작 되고 성서를 가르쳐 주시던 그 분의 모습이 그리워집니다. 가르치시면서 늘 하시던 말씀 중에는 성서를 공부하라고, 성서를 연구하라고 종용 하셨습니다. 항상 점수에 후하셔서 시험을 보고나면 모두에게 90점 이상을 주시며 우리를 아끼시던 모습을 이제는 더 이상 뵈올 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그분의 생활은 어머니마저도 여인이기에 정시를 안 하셨다던 거룩함과 함께 생활의 표본으로 떠오릅니다. 신부님의 산소가 있는 과천을 지날 때 마다 교회를 사랑하시던 그 분의 자취를 그리게 됩니다.

허창덕 신부님! 라틴어를 가르치시면서, 좀 더 정확히 알려 주시고자 열의를 다 하셨지만 잘 따라갈 수 없었던 우리들은 그 분의 가르침이 겁이 나고,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교회를 사랑하고 그 정통의 아름다움을 사랑 하셨던 허 신부님의 열정이 때로는 짜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6.25 전쟁의 비극 속에서 끝까지 신앙을 지키다가 화상을 입으시고 수술 후에도 화상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정말로 멋진 신부님이었습니다.

최민순 신부님! 그분의 시집 속에서 읽을 수 있듯이 “아무도 보아주지 않아도 주님과만 살고 싶다”고 노래하셨던 신부님!
황민성 주교님! 암 치료 중에도 오늘은 왜 ○○○ 신부가 안 보이냐고 물으셨다던 주교님…….
이 모든 선배 성직자들께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사랑을 가르쳐 주셨음에 경의를 드립니다.

가을날 아름답던 단풍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떨어지는 낙엽들과 함께 우리의 인생 과정들을 돌아보면서 선배 신부님들의 고결했던 삶의 모습에 비해 우리 삶이 심히 미흡함을 느끼면서 조용히 선배 신부님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구일모 신부 / 대전교구 청양성당>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8tu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