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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권혁시 신부/대구교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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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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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2 14:55:48 , 조회 :
1,951 , 추천 :
3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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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맞아 온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낼 때 반짝반짝 빛나는 잘 닦여진 놋그릇에 정성스레 담은 차례 음식은 더욱 정갈스러워 보인다.
이 놋그릇은 조금만 소홀하게 방치해도 푸른 녹이 슬어 닦으려면 힘께나 써야 한다. 지푸라기나 짚을 이용해서 기와 가루, 모래 또는 재를 묻혀 가마니 위에 놓고 수십 번 밀고 당기며 애써서 닦아야 한다. 빛나는 놋그릇이 되기까지 거친 가루로 수도 없이 닦아야 하듯, 우리도 빛나는 예수님을 닮으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할까!
사제가 된지도 어언 35년이 됐다. 서품 이후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은 피정을 하고 부활, 성탄, 사순을 맞는다. 이 거룩한 기간 동안 얼마나 열심히 자신을 닦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 주님의 말씀을 전하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 왔는지 반성해 본다.
공중을 나는 새는 둥지가 있고 여우도 굴이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둘 곳조차 없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자신을 비우라는 즉 배금주의로부터 벗어나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머리를 둘 곳조차 없으신 예수님께서는 교회를 세우시며 나를 따르려면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 오라고 하셨다.
예수님이 교회이시고 교회가 곧 예수님이시다. 사도로부터 내려오는 모든 역대 후계자인 고위 성직자뿐만 아니라 모든 성직자들, 그리스도인들도 예수님을 닮아가야만 한다.
우리를 죄짓게 만드는 물신의 지배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예수님께서 세우신 거룩한 교회 안에서도 일어나서는 안 될 불미스런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일부 성직자들은 경제적 안정을 누리면서 권위와 위엄 속에 호의호식하며 현실에 안주하며 살고 있다. 사회의 부정과 불의에는 침묵하며, 고통 받는 이웃을 외면하고 오직 자신의 본당 안에서 제왕직에 머물며 산다면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신 예수님의 교회에 발을 붙일 곳이 있겠는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권위와 위엄의 옷을 벗어 버리고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쇄신을 말하고 있다. 이사야 예언자는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고, 가슴을 찢는 교회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교회는 거룩하지만 교회 구성요소인 사람이 거룩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올바르게 사회생활을 잘 하는 비그리스도인이 세례를 받으면 아주 열심히 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겠고, 또 올바르게 생활하는 그리스도인이 사제가 된다면 더욱 더 예수님을 닮은 사제가 될 것이다.
우리는 타고난 인성과 인품을 잘 갈고 닦아 빛나는 놋그릇처럼 빛나는 예수님을 닮은 그리스도인, 성직자가 되어야겠다.
권혁시 신부/대구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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