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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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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모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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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8 10:11:09 , 조회 :
3,863 , 추천 :
4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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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한다”
회개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담긴 일화가 오직 루카 복음 13장 1-5절에만 전해 온다. 그 내용을 간추리면, 서기 27-30년 중 어느 해에 갈릴래아 유대인들이 예루살렘 성전에 순례 와서 짐승을 잡아 희생 제사를 바치려는데 본시오 빌라도가 로마 군인들을 시켜 그들을 무참히 살육했다. 그리하여 짐승의 피와 갈릴래아 순례객들의 피가 뒤범벅되는 엄청난 독성사건이 성전 제단 주변에서 일어났다. 짐작건대 갈릴래아 인들이 이스라엘 민족 만세를 외쳤거나 그 비슷한 소요사태를 일으켰을 것이다. 빌라도는 능히 이런 일을 벌이고도 남을 인물이었다. 그는 서기 35년 가리짐산으로 제사를 지내러 올라가던 사마리아인들을 대량 학살한 장본인이었으니까(유대고사18,4,1). 그러나 빌라도의 만행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은 뜻밖이다. 만행을 규탄하지 않으시고, 청중의 회개를 촉구하셨던 것이다. 화살을 밖으로 돌리지 않으시고 안으로 돌리셨다. “여러분도 회개하지 않으면 그렇게 멸망할 것입니다.”
아울러 실로암 탑이 무너지면서 그 아래 있던 예루살렘 시민 열여덟이 깔려 죽은 참사를 예수께서는 상기시키셨다. 유다 임금 히즈키야(서기전 716-687년 재위)는 아시리아의 침공에 대비하여 땅굴(길이 512미터)을 뚫어, 예루살렘 성 밖 키드론 골짜기에 있는 기혼 샘물을 성안으로 흐르게 하여 실로암 저수장에 모았다(2열왕20,20). 실로암 저수장 인근에 탑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만 부실 공사로 무너지는 바람에 많은 시민이 죽고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예수께서는 부실하게 탑을 쌓은 이들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청중을 향하여 “여러분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입니다.”라고 하셨다. 예수님의 이런 반응은 뜻밖이다. 요즘 우리 같으면 로마 총독 빌라도의 살육을 규탄했을 것이다. 실로암 탑을 부실 공사한 업자와 시청에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관심사는 정치·사회 개혁과는 다른 데 있었던가?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2) 회개는 돌아섬이다
회개(悔改)라는 한자어는 뉘우쳐서 고친다는 뜻이다. 히브리어로는 회개를 ‘슙’이라고 하는데 돌아선다. 되돌아선다(轉向)는 뜻이다.
회개한다고 하면 죄를 성찰하고 참회하는 것으로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유대교 어느 랍비는 소극적 영성인 참회보다는 적극적 영성인 선행을 강조하여 이런 강론을 했다(마르틴 부버 지음, 장익 옮김, ≪인간의 길≫, 분도출판사, 1977, 42쪽).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줄곧 그 잘못에 대한 말만 하고 생각만 하는 자는 자기가 행한 저열한 그것을 마음에서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는 결코 돌아서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의 정신은 점점 거칠어지고 마음은 점점 완고해지며 더구나 우울함에 억눌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 어쩌자는 말입니까. 똥을 이리 쓸고 저리 쓸어 본들 똥은 똥입니다. 내가 죄를 지었는가 안 졌는가 해봐야 하늘에 무슨 소용이 있단 말입니까. 그렇게 꿍꿍거릴 겨를이 있으면 차라리 하늘을 기쁘게 하기 위해 진주알을 꿰고 있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성서에도 ‘악을 떠나 선을 행하라’고 했습니다. 악에설랑 아예 돌아서서 더는 거기 마음을 쓰지 말고 선을 행하십시오. 그대가 잘못을 저질렀습니까. 그렇다면, 선을 행함으로써 이에 대처하십시오.”
<정양모 신부 / 안동교구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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