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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오 만찬 이야기와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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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모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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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9 10:03:00 , 조회 :
3,681 , 추천 :
6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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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엠마오 만찬 이야기(루카 24,13-35)
예수께서는 서기 30년 4월 7일 금요일 오후 예루살렘 북쪽 성곽 밖 채석장 골고타에서 처형되셨다. 평소 예수를 아끼던 제자 두 사람은 절망한 나머지 일요일 오후에 엠마오라는 동네로 가고 있었는데 그새 부활하신 예수께서 슬쩍 끼어 동행했다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엠마오 후보지는 네 곳인데, 그중 예루살렘에서 서쪽으로 30리 떨어진 아부고슈가 가장 적격이다. 요즘엔 프랑스 베네딕도 수사님들이 아부고슈 십자군 성당 유적지에 살면서, 천주교를 믿는 소수 유대인을 위한 사목(=야고보 사업)을 하고 있다.
엠마오 이야기 줄거리는 이렇다. 제자 둘이 몹시 슬퍼하면서 엠마오로 가고 있는데 낯선 객이 다가와서 슬퍼하는 까닭을 물었다. 대답인즉, 예수를 구세주로 여기고 큰 기대를 걸었었는데 유대교 지도자들이 로마 총독 빌라도의 힘을 빌려 십자가에 처형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객이 나서서 그것은 구약성경의 예언에 따라 이루어진 일이라고 해명하니, 제자들은 큰 감명을 받았다. 엠마오 동네에 다다라 셋이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예수께서 빵을 나누어 주시는 순간 제자들은 비로소 예수님인 줄 알아보았으나 그분은 곧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엠마오 이야기는 루카가 미사의 뜻을 감동적으로 엮은 것이다. 미사는 예나 지금이나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로 양분된다. 말씀의 전례는 성경을 바탕으로 예수님의 정체와 업적을 풀이하는 강론이 중심인데 강론은 감동을 자아내야 한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성경을 풀이해 주셨을 때 우리 마음이 뜨거워지지 않았습니까?”(32절). 그리고 성찬 전례의 극치는 빵의 모습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받아먹는 영성체이다. 음식의 상징으로 임하시는 예수님은 심안으로는 느끼지만(現存),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不在). 타고난 이야기꾼 루카는 이를 언표하여 “제자들은 눈이 열리어 예수를 알아보았으나, 예수는 그들에게서 사라졌다”(31절)고 한다. 루카보다 미사 해설을 더 잘한 이가 또 있을까?
2. 카라바조의〈엠마오 만찬〉그림
바로크 시대에 명암법을 창시한 사실주의 화가 카라바조(1573-1610)는 엠마오 만찬을 두 번 그렸는데, 1601년경에 그린 그림은 런던 국립 회화관에 있고, 1606년경에 그린 그림은 밀라노 브레라 회화관에 있다. 런던 그림에서, 오른손을 들어 만찬 음식을 강복하시는 예수는 얼굴이 통통한 젊은 청년 모습인데, 수염이 없고 머리카락은 어깨에까지 흐트러졌다. 제자들은 예수를 알아보고 깜짝 놀란다. 순례자의 표시로 가슴에 조개껍데기를 달고 있는 오른쪽 제자는 놀라서 양팔을 쫙 뻗고, 왼쪽 제자는 의자를 꽉 붙잡고서 강복하시는 예수를 응시한다.
밀라노의 그림은 한결 더 원숙하다. 눈을 내리깔고 만찬을 강복하시는 예수는 수염이 났으며 더 없이 깊은 명상에 잠긴 장중한 모습이다. 오른쪽 제자는 식탁 모서리를 꽉 붙잡고 예수를 주시하는 모습이고, 왼쪽 제자는 양손을 펴들고 역시 예수를 응시하는 모습이다.
카라바조의 그림에 관심이 있는 분은, ≪웬디 베켓 수녀의 명화이야기≫(디자인 하우스, 1997) 176-179쪽을 보기 바란다.
<정양모 신부 / 안동교구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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