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예루살렘 사도회의 |
 |
 |
|
정양모 신부
|
2007-05-08 14:20:19 , 조회 :
3,197 , 추천 :
481 |
|
|
|
|
서기 30년 늦봄 예루살렘에서 창립된 그리스도 교회 신도들은 모조리 유대인들이었다. 유대인 열 두 사도들은 동쪽 선민만을 상대로 전도했다. 언젠가 베드로가 로마군 장교 고르넬리오 가족을 입교시킨 일이 있었지만(사도 10장),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 처사였다. 서기 33-36년 사이에 스테파노가 예루살렘 성문 밖에서 순교하자 스테파노 주변 교우들이 시리아 지방의 수도 안티오키아로 피신하여 동족 유대인들에게 뿐 아니라 이방인들에게도 전도하여 비로소 혼합교회를 세웠다. 서기 45-49년경 사도 바울로 일행은 키프로스 섬과 지금의 터키 남부 지역에서 주로 이방인들을 상대로 전도함으로써 이방인 중심 교회들이 여러 곳에 태어났다.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유대교 율법 준수를 요구할 것이냐 또는 그리스도 신앙만 요구할 것이냐 하는 문제로 서기 49년경 예루살렘에서 사도회의가 열렸다. 사도회의에 대한 글이 갈라디아서(2,1-10)와 사도행전(15,1-35)에 있는데 그 내용이 사뭇 다르다.
1) 사도 바울로의 사도회의 참관기(갈라 2,1-10)
예수님의 직제자 열두 사도, 예수님의 아우 야고보, 45-49년 지중해 동부 지역에서 제1차 전도여행을 한 바울로와 바르나바 등이 예루살렘에 모여 의결한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은 유대교의 율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결의다. 이 결정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교는 유대교로부터 차츰차츰 독립하는 근거가 마련되었고, 서기 90년경부터는 독자적 종단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둘째, 예루살렘에 사는 사도들은 유대인들을 상대로 전도하고 바울로와 바르나바는 이방인들을 상대로 전도한다는 결의다. 이들 후자들의 전도가 크게 성공하여 2세기 부터는 이방인 중심 그리스도교가 되었다. 오늘날에도 이스라엘과 미국의 유대인들 가운데서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이들이 수천 명쯤 있지만, 그리스도인 절대 다수는 이방인들이다. 위의 두 가지 결의에 더하여 바울로와 바르나바는 이방계 그리스도인들로부터 모금을 해서 예루살렘의 굶주린 교우들을 돕기로 약속했다. 이상이 사도회의에 동참한 바울로의 기록이다.
2) 루카의 사도회의 전말(사도 15,1-35)
사도 바울로 사후에 바울로의 행적을 조사해서 쓴 루카의 사도행전 기록은 재미나기는 하지만 엉뚱한 경우가 더러 있다. 사도회의에 관한 기록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사도회의에서 안티오키아 교우들에게 다음과 같은 지침을 하달했다고 한다. “우상에게 바친 고기와 피와 숨 막혀 죽은 짐승의 고기와 음행을 피하도록 하시오”(사도15,20.29).
‘우상에게 바친 고기’는 신전에서 제사 지낸 다음에 장터에 내다 파는 고기다(1코린8.10장, 졸저≪바울로 친서 이야기≫, 성서와 함께, 1997, 96-108쪽). 피는 금기 식품이다(레위7,26-27;17,10-14). 유대인들은 선지국이나 피, 순대를 절대로 먹지 않는다. ‘숨 막혀 죽은 짐승의 고기’ 속에는 피가 들어 있기 때문에 금기시한다(레위17,1-16). 여기 ‘음행’은 근친상간을 가리킨다. 당시 이방인들과 사마리아인들은 근친결혼을 일삼았으나, 유대인들은 근친상간을 혐오했다(레위18,6-18). 이상 네 가지 금기 계율은 유대계 그리스도인들과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이 공존하는 혼합교회를 위해서 만든 공존 규범이다. 유대인들이 혐오하는 네 가지 금기사항만은 이방계 교우들이 지켜 주어야 교회가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양모 신부 / 안동교구 원로사목자>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