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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성당의 작은 음악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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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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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5 11:16:38 , 조회 :
1,952 , 추천 :
3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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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면은 여러 본당의 사목을 소개하고 참고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월호에 “시골본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제목으로 저희 본당의 사목적 현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바 있습니다. 작은 시골본당인지이라 다른 본당에서는 배워갈 것이 많은 반면, 다른 본당에서 하는 것을 따라 하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저희 본당 나름대로 활동하는 <작은 음악회>를 소개드릴까 합니다.
1.작은 음악회 시작
저희 성당은 예전에 탄광촌, 지금은 폐광촌이라고 불리는 강원도 정선 고한에 있습니다. 한 때는 인구 4만에 가까웠고 경제도 쌩쌩 돌아가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인구는 불과 5천명 남짓, 남은 사람들조차 끊임없이 떠나가는 곳입니다. 떠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와 아이들 교육입니다. 아마 저희 동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농촌의 공통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그나마 강원랜드 카지노가 들어서서 일자리 문제는 다소 해결되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사람들이 느끼는 ‘우리동네는 후졌다’라는 생각은 어떻게 지우기가 힘듭니다. 특히 아이들이 느끼는 가슴 깊이 깔려있는 열등감, 그 어떤 문화로부터도 소외되어 있다는 생각은 삶의 자신감까지도 잃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다가 문득 오래 전부터 알던 피아노를 전공한 후배가 친구들과 함께 작은 음악회를 한 번 열어준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음악회가 지금은 매달 한번씩 열리는, 지난 4월 1일 서른한 번째가 열린 <작은 음악회>로 자리잡았습니다.
2.음악회 어떻게 열 수 있나?
시골에서는 성당이 음악회를 열기에는 안성맞춤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막상 음악회를 어떻게 열 수 있을까 생각하면 좀 막막하기도 합니다. 저희 성당도 처음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조금 노하우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저희가 음악회를 하는 방법들을 소개하겠습니다.
1) 연주자나 공연 단체 섭외
(1)우선 교구 내 시내 본당에 계신 신부님들께 신자 중에 음악을 전공한 신자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드립니다. 음대를 다니신 분들은 어쨌든 스스로 연주하거나 음악 하는 친구들도 있어 한두 번의 연주는 가능합니다.
(2) 문광부 산하 문예진흥기금을 받는 사업중에 <찾아가는 문화 활동>이라는 지원사업이 있습니다. 이 지원금을 받는 연주 단체(혹은 연극 단체)들은 반드시 지원 받은 만큼 연주 활동을 해야 합니다. 오히려 연주할 곳을 찾고 있는 형편입니다. 인터넷에서 <문예진흥원>을 찾아 그 곳에 있는 <찾아가는 문화 활동> 선정 단체들에 전화를 걸어 부탁하면 의외로 쉽게 음악회를 열 수 있습니다. 이 기금을 받는 분들도 우리나라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없는 훌륭한 연주가들이 대부분입니다.
(3) 한 번 음악회를 열면 연주를 하신 분들께 다른 분들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연주하실 곳을 찾는 분들이 뜻밖에 많아서 1년 몇 차례 연주회는 금방 연결됩니다.
(4) 맘에 드는 연주 단체, 연주자에게 무조건 전화합니다.
이렇게 해서 저희들은 지금까지 모두 31회의 음악회를 열 수 있었고, 올 해도 아예 작정하고 열두 번의 음악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서울 목관 5중주, 빈 트리오, 체리티 쳄버, 극단 아리랑, 문화패 들소리. 이런 분들께서 모두 그런 소개와 알음 알음으로 오셔서 공연해 주셨습니다.
2) 홍보, 숙식, 전체 음악회 비용
사실 음악회를 열려고 해도 준비와 비용이 걱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어느만큼 부담은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하고자 하면 썩 어려운 것만은 아닙니다. 아직 사회에서 천주교 신부들에 대한 신뢰가 있어 대부분의 음악인들이 자기 비용을 들여가며 연주를 와 주시기도 합니다. 필요한 비용, 활동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1) 홍보
현수막 2곳(읍내에 가로 걸기), 신문간지 1회(제일 효과가 좋습니다), 아이들이나 본당 신자들이 만든 포스터(그냥 컴퓨터로 만들어서 뽑으면 됩니다) 약 50장(시장 등에 부착), 문자 메시지(네이트 이용하면 무료 문자 100개), 혹은 더 적극적으로 하려면 동네 유선방송, 시장방송, 이 정도 홍보하면 신자들 합쳐서 약 100명 정도는 모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0명이면 음악회 열기에 넉넉합니다.
(2) 숙식
사제관 손님방, 교육관 등도 무방하고, 식사도 함께 하셔도 괜찮겠구요. 그렇지 않으면 신자집이나 깨끗한 여관도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3) 음악회 준비
처음에는 감실의 성체를 다른 곳에 모시고 제대 앞에서 했는데, 나중에는 아예 제대를 치우고 제단 위에서 감실의 성체를 모신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도 함께 들으시라고 그냥 합니다. 사람들이 기뻐하는 좋은 일이니 감실의 예수님도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어두운 조명 때문에 환한 등을 하나 더 달았습니다. 음악회 당일에는 저희가 컴퓨터로 뽑은 포스터를 문에 붙이고 연주자들이 보내 준 프로그램에 약간의 그림을 담아 만든 작은 전단지를 나누어 주면 한층 더 좋을 것 같습니다.
(4) 비용
숙식비, 홍보비, 연주자들 가실 때 차비(기름 값 정도)나 작은 선물(지방특산물-참고로 저희는 나물을 드렸습니다). 모두 합쳐서 약 30만원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5) 그 외
음악회 하기 전에 오신 분들께 박수 치는 법과 앵콜, 환호하는 법(커튼콜)등을 일러주면 더 신나는 분위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은 풍성하고 넘치지만 아직 지방, 특히 시골은 뭐 하나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또 찾아서 하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저희 본당도 주일미사 참여 신자가 겨우 50명 남짓 하지만 이런 음악회를 하니까 신자들도 신나고 단합도 잘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본당도 한 번 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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