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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살리는 일 - 최 작가와 석 선장......(오민환 바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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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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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4 20:44:38 , 조회 :
1,991 , 추천 :
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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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나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서른 두 살의 젊은 시나리오 작가가 함께 세 들어 사는 이웃집에 남긴 쪽지다. 이제 그 쪽지는 가능성을 지녔던 젊은 작가의 마지막 유언이 되어 버렸다. 그의 미니홈피에는 수천 명이 방문해 애도의 글을 남겼고, 시대가 방치한 죽음, 타살이라면서 인터넷이 들끓었다. 지난달 29일 경기 안양시 월셋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 최고은씨 이야기다. 월세는 몇 달째 밀렸고 가스는 끊겨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평소 지병이 있는데다 며칠 동안 굶은 상태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것으로 보았다. 유난히도 추웠던 올 겨울보다 사회안전망이 망가져버린 이 사회가 너무 원망스럽다. 우리 사회가 어느덧 소수의 가진 자를 위한 사회가 되어버리면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착취와 지배는 더 교묘하게 강화되었고, 평범한 시민의 영혼마저 불안과 공포로 잠식되어가고 있다. 소수만이 풍요롭고 힘이 세어지고 다수는 방치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또 하나, 대통령의 지시하고 발표까지 하였던 '아덴만 여명작전'.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인질로 잡혔던 선원 구출작전에서 선장이 수발의 총상을 입었다. 선장은 생사를 오가는 긴급 상황 속에 한국으로 후송되었다. 친절하게 동영상으로 작전을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선장의 치료행위도 자세히 언론에 노출되었다. 기업의 마케팅을 방불케 하였다.
삼호 주얼리호 석해균 선장 이야기다. 그가 한국으로 후송된 날은 아이러니 하게도 최고은 작가의 죽음이 발견된 1월29일이다. 한편은 국가 시스템의 붕괴로 인해 죽음을 맞았고, 다른 한편은 권력의 영광을 위해 죽음과 싸운다. "국민의 명령"이라며 선장을 살리기 위해 대한민국 최고의 의료진들이 달려들었다. 분명 그는 살아야 한다. 한 생명이 한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시와 발표가 오가는 사이 대한민국 사회는 많은 중요한 사안들이 묻히고 감추어졌다. 청와대대포폰, 함바집게이트, 서민예산축소... 그러나 감추고 감추려 해도 계속 사건은 터지고 문제는 더 꼬리를 물고 풀리지 않는다. 권력이 사람에게 예(禮)를 갖추지 않고, 생명을 우선으로 두지 않기 때문이다.
창세기의 두 번째 창조이야기를 보면, 하느님은 먼저 한 사람(아담)을 빚으신다. 그리고 식물들, 동물들을 빚으시는데 사람만은 홀로 두셨다(창세 2,5-20). 처음에 여러 사람을 두지 않으셨다. 바오로는 "한 사람"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고, "한 사람"으로 인해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로마 5,12-21). 그렇다.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은 세상을 살리는 일이다. 한 사람이 세상인 이유는 하느님의 숨이 들어간 하느님의 모상이기 때문이다. 나의 모습으로 사람을 빚으면 우상이 되고, 우리들의 모습으로 사람을 빚으면 모상이 된다. 한 사람, 한 생명을 소중히 대하지 않는 것은 나를 빚으신 하느님을 소중히 하지 않는 것이다. 하느님이 죽는데 종교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오민환 바오로/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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