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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나온 게 죄인가요? <이용옥(요한 보스코)신부 / 인천교구>
   기쁨과희망   2020-08-06 10:33:19 , 조회 : 533 , 추천 : 92




저는 2016년 여름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강원도 강릉시에 소재한 가톨릭관동대학교에서 새로운 소임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에 있었던 잊지 못할 경험담을 이 지면을 할애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7년 여름 ‘자연드림’이라는 매장으로 잘 알려진 아이쿱 소비자 생활 협동조합 창립을 위해서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해 저는 지인의 소개를 받고 어느 제과점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첫인상부터 풍기는 사장님의 포스는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겉으로 풍기는 분위기와 걸맞게 사장님의 인생 스토리 역시 남달랐습니다. 사장님은 20년 전 강릉 시내에서 제과점을 운영했는데 손님이 넘쳐나게 많아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마주한 책 한 권을 계기로 그분 인생의 방향이 탈바꿈하게 됩니다. 그분의 고백에 따르면 지금까지 자기가 만들었던 빵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려고 만든 빵이어서 기존 제과점을 접고 사람을 살리는 그야말로 친환경 유기농 빵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상상하다시피 유기농 빵은 몸에는 좋을지 모르나 가격만 비싸고 맛은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제과점에 손님들이 점차 줄어들어 적자 문턱에서 허덕이게 되었는데도, 그분은 사람을 살리는 빵을 만드는 것이 자기 인생의 최대 과제라고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분은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훌륭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의 인생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저는 아이쿱 생협 조합원 가입에 대해 제안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수락하지는 않고 일주일 생각할 여유를 달라고 했습니다. 일주일 후에 다시 그 제과점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고심 끝에 아이쿱 생협 조합원에 가입하였습니다. 그리고 축하기념으로 커피를 함께 마시게 되었는데 저에게 이런 말씀을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은 배가 전혀 나오지 않으셨네요!” 그래서 저는 “네, 과식하지도 않는 편이고 학교를 걸어서 출퇴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가 나오지 않는 모양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은 “저는 종교가 없는 무종교인입니다만, 배가 나온 종교인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신부, 목사, 승려를 포함한 모든 종교인은 나름대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도인(道人)인데 배가 나왔다는 것은 절제력이 상당히 부족해 보이거든요. 그래서 가끔 배가 나온 목사님이나 스님이 제 가게에 방문하여 자신의 교회에 다녀라, 자신의 절에 다니라고 권유하면 저는 속으로 ‘배 나온 주제에 창피한 줄도 모르고 종교를 선전하네. 먼저 자기 뱃살이나 빼고 오시지!’라며 그분들의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배가 두둑하게 나온 여러 신부님들이 떠올랐습니다. 배가 나온 것이 잘못은 아닌데 신부님들이 이 제과점 사장님을 만나게 되면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곤욕을 치를 거란 생각에서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조합원 300명을 모집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여 강릉에서 아이쿱 생협은 뿌리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저는 좋은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천주교 신자만이 아니라 비신자들도 만나 신앙적인 가치가 아니라 안전한 먹거리 실현을 위해서 공통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 시간이 저에게는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제과점 사장님의 진술 때문일까요? 지금도 저는 매일 제 배가 늘고 있는지 그대로 있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배가 나오게 되면 낯선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 “당신 신부 맞아? 뱃살이나 빼고 신부 행세하시지!”라고 호통을 칠 것 같은 유쾌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이용옥(요한 보스코)신부 / 인천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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