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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사이를 지나며..


   

공동합의성(synodalitas)과 왕(king) <임문철(시몬) 신부 / 제주교구>
   기쁨과희망   2020-06-05 17:11:20 , 조회 : 234 , 추천 : 32




제주교구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2년 과정의 교리신학원이 개설된 이래, 계속해서 교의신학을 강의해 왔다. 나는 학자도 아니고, 해외 유학을 다녀온 것도 아니지만 석사학위 논문 주제가 교의신학이었다는 이유로 맡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수강생들에게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을 함께 나누려고 애쓰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 이후 가장 큰 교회사적 사건이다.” “교회 내적으로는 쇄신을, 외적으로는 대화를 요구한다.” “교회는 자신을 순례하는 하느님 백성으로 이해한다.” “영과 육, 성과 속, 이승과 저승 등 이분법적 사고를 지양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결론을 “공의회가 끝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 우리 한국교회는 공의회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하고 맺는다.
그런데 일부 수강생 중에서는 역동적 평신도 활동 등 한국천주교회에 대한 자부심에 상처를 받았는지 “어떤 모습이 공의회를 시작도 못했다고까지 말하게 하는가?” 하고 불만 섞인 질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나는 30년 전 안식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예루살렘에서 몇 개월 지내면서 여러 나라에서 온 사제, 수도자들과 함께 성경 공부를 하는데, 어느 날 “한국에서는 신부가 왕이라며?” 하는 말을 여러 차례나 듣게 되었다. 미국에서 어느 수녀님께 영어 개인교습을 받으려 했는데, 한국에서는 신부가 왕이기 때문에 교습비를 많이 받아야겠다는 말도 들었다.
“사목회 임원들이 임기 마치면 반은 냉담합니다.” 서울 강남의 한 교우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러려면 뭐 하러 회의를 합니까? 아무리 의견을 내봐야 본당신부님 한 말씀이면 끝나는데요 뭐. 그래도 그분들 다 나름 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인데도 성당에 오면 어린이 취급 받는데…”
또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성평등이요? 여성이 제일 존중받지 못하는 곳이 천주교회입니다. 개신교는 여집사, 여장로, 여목사까지 다 있고, 원불교에서는 교구장도 여성이 더 많은데, 천주교는 아무리 경륜이 많은 수녀님이라 할지라도 햇병아리 사제 앞에서 결정권 하나 없는 그저 협조자일 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공동합의성’을 강조하면서 젊은이들에게도 교회 안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교회는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사목회 임원은 물론 수녀님들의 목소리마저 존중받지 못하는 한국교회에서 교종이 강조하는 ‘야전병원 같은 교회’의 모습이 구현될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믿는다. 성직자들의 권위주의가 성직자들에 의해 타파되지 않으면, 신자들에 의해서 박탈될 것이라고 말이다.

신부가 모든 해답을 이미 갖고 있고, 신자는 가르침과 순종의 대상이던 시대는, 시쳇말로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나는 보좌신부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에겐 안 됐지만, 신부들 좋던 시절은 우리 시대로 다 끝났다. 너희 시대는 다를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정말 좋던 시절이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임문철(시몬) 신부 / 제주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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