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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말씀 나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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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호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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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6 13:54:31 , 조회 :
3,276 , 추천 :
4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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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곳은 경북 북부의 시골입니다. 본당 신자는 100여 명, 공소 신자는 30여 명이 전부인 작은 본당입니다. 공소 교우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본당에 와서 주일미사를 할 때나 성당이 꽉 차는 곳이지요. 매 주일 헌금이 30만원이 안 되지만 봄·가을로 관광객들이 오면 30만원이 겨우 넘게 되고, 그런 주일에는 신자들과 앉아 헌금이 30만원이 넘었다며 다같이 좋아 하는 본당입니다. 전국에 이런 본당이 어디 이곳 뿐 이겠습니까만, 작기 때문에 더 큰 행복과 기쁨이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우리 신자들이 재미있게 신앙생활을 하는 방법을 찾다가 작년에 주일미사 출석부를 만들어 운용해 보았습니다. 이미 여러 선배 신부님들이 해 보셨던 방법이지요. 조금 다르게 방식을 바꿔 시도해 보았습니다. 성당 현관에 커다란 출석부를 만들고 주일미사에 오면 파란색 스티커를 하나씩 붙이고, 다른 지역에 가서 미사 참례를 했을 경우에는 노란색 스티커를 붙이게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당연한 것을 왜 하냐고 묻기도 했지만,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이들이 왜 안 왔는지 궁금해 하고, 관심도 가지며 안부를 묻는 한가족이 되자는 취지 였습니다. 실제로 몇 주일 동안 따님 집에 가신 분이 계셨는데 몇 주 동안 스티커를 붙이지 않자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걱정도 하는 예쁜 모습들도 보았습니다.
저도 사목적으로 잘 사용했습니다. 주일미사 후에 출석부를 보고 아무 연락없이 빠진 분들에게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물어보는 자상함을 실천할 수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재미있어 했습니다. 성당에 오자마자 스티커를 제일 먼저 붙였고, 미리 다음 주까지 붙여버리는 할머니들도 계셨습니다. 신자들이 얼마 되지 않기에 가능한 모습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올해는 생활말씀 나누기를 시작했습니다. 전부 102명이었습니다. 출석부처럼 신자들의 이름을 전부 적어 놓고 매주 다른 성경말씀 한 구절을 걸어놓았습니다. 그 말씀에 따라 한 주간을 잘 살았으면 초록색, 보통이라 생각되면 별 모양, 잘 못 지냈다면 빨간색 스티커를 붙이게 했습니다. 각자에게 다른 말씀을 준비하고, 인쇄해서 코팅을 한 뒤에, 분류해서 매주 걸어놓는 일들이 제법 시간이 걸립니다. 성경말씀을 찾아 걸어놓는 일은 제가 하고, 인쇄를 해서 자르고 코팅하는 것은 몇몇 신자들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출석부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한주간의 삶을 돌아보는 장이 되고 있습니다. 작년 처럼 다들 좋아 하십니다. 그러면서도 신부님이 시도하는 일들은 유아적이라고 놀리곤 합니다.
일 년 동안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매주 받은 성경말씀을 붙여서 한권의 말씀 책을 만들어 보라고 권해 드렸습니다. 3주가 지나자 벌써 반응이 옵니다. 매주 받은 말씀을 따라 성경 필사를 하겠다는 분, 그 말씀을 공책에 붙이고 기도문과 느낌을 적겠다는 분들이 속속 등장 합니다. 말씀은 참 신기합니다. 사람들을 변화시킵니다. 다들 바쁜 일상과 농사일들로 말씀에 젖지 못했는데 조금씩 바뀌는 모습들을 봅니다. 마침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신자 한 분에게 전화가 와서 인터넷에서 성경 필사를 하는 방법이 없냐고 물으십니다.
큰 변화없는 작은 시골의 신앙생활에서 이 시도는 큰 변화입니다. 말씀의 받아들임과 변화가 공동체를 주님께로 더 가까이 가게 하는 계기가 되길 빌어봅니다.
<차호철 신부 / 안동교구 청송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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