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을 받지 못해 상담소를 찾은 타리와 꼴랍을 서울역까지 데리고 가서 구미로 가는 기차에 태워 보내는 것이 문제였다. 구미까지 가면 그 곳 실무자가 동행하여 공장을 방문해야 되는데 의정부에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설명해 주었는데도 서울역이 처음이라서 모르고 무섭다고 하면서 같이 가 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전날부터 꾀를 내어 이 두 사람을 동행해 줄 사람이 없을까하고 사람들 이름을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이 사람은 바쁠 것이고, 저 사람은 친분도 그리 가깝지 않은데 갑자기 이런 부탁을 한다는 것이 속 보이는 것 같고 치사해 보이기까지 할 것 같아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이런…….
가는 날이 되었다. 두 사람이 상담소로 오기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나는 어쩔 수 없이 서울역까지 동행하기로 하였다. 두 사람은 기뻐했지만 정작 나는 기분이 별로였다. “내가 도움을 청할 사람이 이렇게도 없는가?”하는 허탈감과 “상담소에서 다른 할 일도 많은데…….”하는 조급함도 섞여 있었다. 상담소를 나서면서 ‘가는 데 1시간, 표를 사고 배웅하는 데 30분 그리고 돌아오는 데 1시간… 그러면 적어도 3시간! 거의 반나절을 길에서 소비하겠구나.’하고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면서 뭔가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전철에 올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그들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퍼져있었다. 조금 뒤에는 꼴랍이 잠들어버렸다. 피곤한 것도 있지만 안도감으로 긴장이 풀려버린 것 같았다. 잠든 그의 얼굴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고 내 생각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되었다.
시간의 효율성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무엇을 위한 효율성일까? 일의 우선 순위, 일의 경중, 모두가 필요한 것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과 함께 있는 이런 순간순간들이 있는데 나는 시간의 효율성만 따지고 있었다니…….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다른 더 효과적인 일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여기면서 아까워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효율성에 대한 크나큰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적은 노력과 시간으로 많은 결과, 적은 돈으로 많은 이득, 그리고 그것이 진·선·미로서 삶의 가치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세상이 이끄는 대로 사는 것이 신앙고백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함께 살아야 하는 공존과 사람에 대한 배려가 아닌 효율성에 모든 것을 내어준 것은 아닐까? 또한 사회적으로 외국 인력의 도입도 그와 같은 선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고 이주노동자들이 동등한 인격체로서 고려되지 않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