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용현동성당은 인하대 후문 ‘먹자골목’에 수백 개의 술집으로 둘러싸여 복잡하고 어수선한 분위기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넓지 않은 골목에는 차들과 오토바이들로 소란하고, 밤새 요란한 네온사인과 술취한 청년들로 북적거린다. 거리는 온갖 쓰레기와 오물들이 널려있고, 공중에는 까만 전깃줄과 각종 유선들이 위험스럽게 늘어져 있다. 주변이 이렇다 보니 여유를 찾고 쉴 공간을 줄 작은 공원이나 쉼터가 없다. 숨쉬기조차 갑갑한 동네 분위기에 성당마저도 안락한 쉼터가 되어줄 공간이 되질 못했다.
용현동성당에 부임해서 성당이 동네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던 차에 인천시와 남구청으로부터 성당 옆에 세워진 남구노인문화센터를 인수하게 되었다. 동네 어르신들이 더 많이 드나들게 되면서 성당 조경에 대한 생각은 현실적 문제로 떠올랐다. 그래서 사목위원들과 함께 아름답게 조경을 꾸민 제물포성당과 주안8동성당을 탐방하면서 성당 조경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었다.
신자들의 지지를 얻게 되자 곧 여러 성당의 조경을 하며 경험이 풍부하신 제물포성당 황신부님께 부탁을 드렸다. 그리고 조경 전문가 대신 황 신부님과 성당에 어울릴 나무를 구상하고 나무를 보러 다녔다.
성당 주변 수 백 개의 술집으로 인한 유해 환경을 차단하기 위해 키 큰 소나무 일곱 그루로 병풍을 쳤다. 길가 담벼락은 허물고 측백나무로 빽빽이 둘러쳤다. 서산에서 이사 온 40년 된 금송과 아름다운 소나무들과 반송으로 성모동산을 꾸몄다. 돌과 어우러진 정원은 본당 적벽돌과 어울리도록 붉은 아스콘으로 바닥을 마무리하였다. 대문도 전체 조경과 어울리게 새롭게 만들었다. 소나무와 금송이 빚어낸 성당 마당의 예술적인 분위기에 맞는 야경을 위한 조명시설과 음향시설도 마무리 작업에 같이 넣었다.
드디어 8월 30일! 남구노인문화센터 개관에 참석한 많은 공무원들, 기관장들, 신자들, 기자들은 아름다운 성당 마당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매일 저녁이면 성당 마당에 사람들이 떠날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성당 마당은 동네 이름 모를 아이들과 아기 엄마와 어르신들의 쉼터가 된다. 신자들은 성당에 오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성당을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성당을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된다. 그러다가 예쁜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리고 금송에 감탄한다. 반대하던 목소리는 이제 들을 수가 없다. 성당은 이제 완전히 새로 지은 것처럼 느낌이 달라졌다.
처음 두 달은 성당 마당에서 사제관에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새 차를 뽑으면 일주일을 잠 못 이룬다’는 말처럼, 마당을 바꾸니까 두 달을 사제관에 들어가기 어려웠다. 성당마당에서 자고 싶었다. 아름다운 나무가 주는 성당의 분위기… 이것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용현동성당에 와서 보세요. 제물포성당에 오세요. 주안8동성당에 오세요. 성당 조경의 아름다움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