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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단상.....(맹제영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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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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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4 10:01:44 , 조회 :
3,202 , 추천 :
4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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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앙의 핵심인 십자가는 종목과 횡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십자가의 종목은 인간과 하느님과의 화해와 일치 또는 결합을, 횡목은 인간과 동료 인간과의 화해와 일치 또는 결합을 의미한다. 즉 십자가는 인간이 하느님과의 화해와 일치를 통해, 동료 인간·자연세계와의 화해와 일치를 이루게 하는 구원의 성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한가위 명절 예식(제사, 차례, 성묘 등)에 바로 이런 십자가의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1. 명절에 담긴 십자가 종목의 의미: 추원보본(追遠報本)
동아시아의 명절은 서양의 명절과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서양의 명절과 축제는 살아 있는 사람들, 즉 산자가 즐길 수 있는 최대한의 모든 방법을 통해 한껏 즐기면서 참가자들이 하나됨을 이루는 ‘산자 중심’의 축제이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축제는 다르다. 한가위 명절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죽은 이’를 찾아간다는 점이며, 사람들은 이를 위해 귀향전쟁을 치르면서까지 애써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동아시아 축제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죽은 이’ 또는 ‘죽음’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명절에 고향과 죽음을 만나러 간다는 것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것, 즉 자신의 삶의 근원을 찾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보이는 삶의 근원이 부모 조상이라면, 보이지 않는 삶의 근원은 하늘 또는 하느님이시다. 동아시아인들은 근원을 찾아가 자신에게 삶을 주신 근원에 감사하고 또한 하늘이 부모와 조상을 통하여 전해준 그 뜻을 기린다. 즉 동아시아인들의 명절예식은, 부모·조상들이 평소에 남기신 말씀이나 유언을 되새기고 이를 기준으로 하여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그 뜻대로 살고자 새롭게 다짐하는 ‘추원보본(追遠報本)’의 시간인 것이다.
추원보본이란, 조상의 덕을 추모하고 제사를 지내며 자기가 태어난 근본을 잊지 않고 은혜를 갚는 것이라는 뜻이다. 김경재 선생에 의하면 진정한 ‘추원보본’은 세 가지 차원을 갖추어야 한다. 즉 그 첫 번째는,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로서 부모와 조상의 덕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며, 둘째는 사회적 존재로서 역사적 희생자들의 공덕, 즉 민족의 독립과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한 숭고한 생명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그 모든 것들을 거슬러 올라가 생명의 근본 되시는 창조주 하느님께 ‘추원보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동아시아 명절예식에는 십자가의 종목의 의미, 즉 ‘자신의 근원과의 하나됨’의 의미가 담겨 있다. 명절은 이렇게 근원적 성찰을 하는 시간이다.
2. 명절에 담긴 십자가 횡목의 의미: 공동체의 화해와 일치
명절은 사방에 흩어진 일가친척 형제자매들이 한데 모이는 시간이다. 비록 형제자매이지만 그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은 서로 매우 다르다. 그 가운데에는 심지어 사이가 매우 안 좋은 관계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명절날 한데 모여 ‘추원보본’하면서 부모·조상의 뜻 안에서, 그리고 하늘의 뜻 안에서 한마음을 이루게 된다. 명절은 인간공동체의 화해와 일치의 장이다.
한가위 명절의 차례는 불교의 다례(茶禮)에 그 뿌리를 둔다. 다례에 의하면 한 솥에 끓인 차를 우선 부처님께 봉헌하고 그 봉헌한 차를 다례에 참석한 모든 이가 함께 더불어 나누어 마신다. 여기에는 많고 적음, 높고 낮음, 귀하고 천함 등 어떠한 차이와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이러한 예식을 통해 부처님과 모든 이가 하나가 되고, 또한 스님과 신자가 하나가 되고, 신자들이 또한 하나가 되는 일심동체 원융회통의 의례가 바로 차례인 것이다. 이러한 불교적 전통인 차례가 유교 제사의식에 도입되어 조상의 영혼과 후손을 융합시키고 가족과 일가친척을 한마음으로 결속시키는 의식으로 정착된 것이다.
한가위 명절이 공동체의 화해와 일치의 장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정공동체에서 모든 구성원이 노력하여 평등명절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래는 어느 사회단체에서 제시한 우리 가족의 평등명절 지수를 체크해 볼 수 있는 간단한 리스트이다. 이번 한가위 명절에는 나의 작은 실천으로 명절의 십자가적 의미를 실현하도록 노력해 보자.
# 우리 가족 평등명절 체크리스트
1) 명절(설날, 추석)중 한 번은 며느리를 친정으로 먼저 보낸다(10점)
2) 명절은 아들·딸집을 번갈아가며 지낸다(10점)
3) 전 부치기, 송편 빚기 등 명절 음식을 남녀 함께 만든다(5점)
4) 여성에 대한 금기가 없다(5점)
5) 설거지를 함께 한다(3점)
6) 명절 음식은 남여가 같은 상에서 먹는다(3점)
7) 제사를 지낼 때 남녀가 함께 절한다(3점)
8) 명절 선물은 시댁과 친정에 동일하게 한다(3점)
9) 명절 시장을 함께 본다(1점)
10) 명절 상을 함께 차린다(1점)
11) 명절은 항상 장남(장손)의 집에서 지낸다(-3점)
12) 남성 중심의 화투놀이와 술판이 항상 벌어진다(-3점)
13) 용돈(세뱃돈)은 딸이나 손녀보다 아들, 손자에게 더 많이 준다(-3점)
14) 명절에 월경하는 여성은 부정 타서 음식을 만들면 안 된다(-3점)
15) 제사 음식 중 여자가 만지면 안 되는 음식이 있다(-3점)
16) 명절에 여자가 전화나 방문을 하면 재수가 없다(-3점)
25점 이상: 평등가족(웃는 명절)
11～24점: 불평등가족(표정 없는 명절)
11점 이하: 완전 불평등 가족(울고 있는 명절)
<맹제영 신부/덕소성당 공동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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