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당은 언덕 위 주택가 골목 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성남이라는 동네가 처음 시작이 산줄기마다 나무를 베고 생긴 모양대로 집이 들어선지라 남한산성에서 내려온 산줄기마다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앉아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가파른 언덕길이 많습니다. 하루 이틀 이야기도 아니지만 그 가파른 언덕길에 주차해 놓은 것을 보면 신기에 가까울 정도이고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성남 면허가 따로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저희 성당은 제가 보기엔 꽤 가파른 언덕 위에 있다고 느끼는데도 동네 부동산에서는 이곳을 금광동 평지라 부릅니다. 부임해서 옆 성당 선배 신부님께 인사를 가는데 고개를 하나 넘어야 했습니다. 차가 언덕길에 들어섰는데 어찌나 가파른지 이러다가 차가 뒤로 넘어가는 거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언젠가는 구역에서 건의가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반을 조정해달라는 것입니다. 세로로 나뉘어 있는 반을 가로로 나눠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할머니들이 소공동체 모임에 나오는 것이 힘드시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를테면 언덕 맨 아래 사시는 할머니가 언덕 맨 위에 있는 집에서 하는 소공동체 모임에 참석하려면 그게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사실입니다. 미사에 오실 때도 오다 쉬고 오다 쉬고 해서 성당까지 오시기도 하고, 택시 불러 타고 오시기도 하고, 미사 끝나고 성당입구에 서서 인사를 하고 있으면 저에게 차를 하나 붙잡아 달라고 사정하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다 못해 주일만이라도 그런 어르신들을 모셔오고 모셔다드리는 차량 봉사대를 조직하려고 했더니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그만두었습니다.
동네 지형이 말해주듯 이 동네의 시작 초기의 슬픈 과거처럼 우리 성당은 가난한 이들이 많습니다.
요즈음 추세이기도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맞벌이는 기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젊은층을 성당에서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본당 소공동체 모임에서도 주로 참석하는 분들이 할머니인 경우가 많고 젊은 자매나 형제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만큼 먹고살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정말 먹고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교구에서는 소공동체 모임을 강조하지만 정작 소공동체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생활 여건 속에서 애써 사는 이들이 많습니다. 갈수록 상대적 빈곤감과 싸우는 이들이 많고 이 사회는 오히려 그들의 짐을 무겁게 하는 쪽으로 역행하고 있고 그걸 더욱 심화시켜 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목구멍이 포도청인 생활,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정책과 공동체적 가치를 중요시 여기지 않는 이 사회의 냉정한 흐름 속에 어떤 사목이 필요한 건가요?
사랑이라는 복음적 증거를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 이 세상에 접근해야 할까요? 성당이라는 테두리에서의 고전적 신앙생활과 사목적 접근 방식이 이런 사회에서 사랑의 복음적 증거를 이뤄낼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래서 저는 요즈음 생각이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