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높은 곳에서
당신을 만나기 위해
이토록 오랜 밤을
잠들지 못하였습니까?
이 밤, 하늘의 별 같이
무수한 당신 은총의 사랑
쏟아 안을 수 있도록
비우고 사위어
오르고 오르게 하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향해
「나마스떼」인사말을 나누게 하셨습니까?
깊은 계곡 시린 물소리만
더 깊이 가슴을 파고드는데
만년설 녹아 흐르는 만년의 물소리
그 소리 영원의 소리로
밤을 오직 소리이게 하셨습니다.
모든 극한과 모든 최선의 날카로움으로
「마차뿌따레」하늘을 치솟고
오직 성스러움으로 존재케 하시나이다.
꿈과 깸의 경계가 사라지고
삶과 죽음의 의미가 사라지고
오늘과 내일의 시간이 사라진
희고 차가운 영롱함의 현존이시여
만년과 천년과 순간의 존재여…….
네팔을 다녀왔다.
9월에 있을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네팔 선교사를 위한 전시회 때문에 히말라야 설산을 그려야겠기에 9일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트래킹을 하고 왔다. 해발 4,400m를 화판을 메고 오르면서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었다.
하루에 여덟 아홉 시간을 걸으며 오르고 내리는 무수한 계단을 밟으며 사순절 피정을 하고 왔다.
마차뿌따레 베이스캠프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동안 눈발 속에 수시로 눈 덮인 산을 카메라에 담으며
신성한 산의 조화를 실감했다. 5일간 소화가 잘 안 돼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밤이면 정신이 몽롱해 잠들지 못했다.
그래도 무조건 안내하는 포터만 따라 걷고 걸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는 밤에 너무 추워서 두꺼운 양말에
파카를 입고 슬리핑백에 들어가 누워도 한기를 느끼고 더구나 숨이 답답해 손끝에 사혈을 하면서 밤을 견뎌야 했다.
내려오면서 고도가 낮아질수록 몸이 풀리고 밥도 먹고 잠도 잘 수 있었다. 9일간의 트래킹은 이 생애 최대의 피정이요
체험이었다. 산의 신성함과 인간의 나약과 강인, 나는 내 안에 내재된 무한한 가능성의 확인을 통해 어떤 어려움도
견디고 버텨낼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더욱 그렇게…….
내가 궁핍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필리 4,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