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이 백령도 근처에서 침몰한지 벌써 두 달째 접어들고 있다. 46명의 실종자 중 6명의 실종자는 찾지도
못한 채 영결식이 치러졌고 아직도 침몰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정부와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침몰 원인이
북쪽의 소행이라는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천안함이 수심이 낮은 백령도 근처까지 왜 갔는지에 대한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의 정확한 설명도 없고 침몰 상황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도 명확한 구석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천안함 사건을 보도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부자유스러움을 본다.
천안함 사건을 북쪽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모습을 통해서 나는 과거 선거를 앞두고 북풍몰이에 우리의 뇌가 얼어
우리사회의 이성이 마비되었던 기억이 떠올라 좀 아찔한 생각이 든다.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분단을 고착화하려는
어둠의 세력에 이끌려 광기어린 집단적 투사가 염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원인이 외부 충격이라는 것 뿐, 그 외부가 북쪽의 도발이었다는 근거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쪽의
소행을 운운하는 것은 선거 정국에서 유리한 입장을 취하려는 전략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만일 북쪽의
소행이라고 한다면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 이하 안보 관련 당국자들은 북쪽의 도발을 사전에 그리고 사건
직후에도 감지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또 하나의 의구심은 이 사건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군사기밀을 이유로 명확한 설명을 거부함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
또는 축소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심지어 침몰하였던 선체를 인양하였을 때 가까이 접근하여 취재하는
것도 통제하였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설명은 군 당국으로부터 정보를 받을 수밖에 없다. 천안함이 최신예
군함도 아닌 낡은 배임에도 군 당국의 태도는 너무 일방적이고 권위적이다.
사실 권위주의 사회에는 늘 비밀이 많고 권력이 정보를 통제하고 모든 정보를 소유하고 있다.
그런 권위주의 사회에서는 창조성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현대 문화는 창조성과 자율을 요구한다. 지난 2년을
보내면서 창조성과 자율을 억압당해야 했는데 마음에 남는 것은 답답함이다. 대한민국 군대 역시 창조성과 자율이
보장되지 않는 권위적인 조직이라면 이는 전근대적인 조직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두 가지 상황을 신학적으로 성찰할 때 우리사회는 매우 미성숙한 사회이다. 분단을 고착화 하려는
의도는 우리사회를 비이성적인 사회로 만든다. 사실 현 한국사회의 원죄는 다름 아닌 분단이다. 원죄는 우리를
부자유스럽게 하는 어떤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해서 원죄를 씻는다. 그런데 아직 그 원죄의 어두움의
영향으로 자유롭지 못하면 하느님을 자유로이 따를 수 없다. 또 권위주의 역시 창조성과 자율을 억압한다는 측면에서
우리와 우리사회를 미성숙하게 만든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을 향한 여정에서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초대받은 사람이다.
천안함 사건을 조사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책임자들의 좀 더 성숙한 대응을 주문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