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귀한 사람들인데…… (구일모 신부) |
 |
 |
|
기쁨과희망
|
2008-01-10 10:50:26 , 조회 :
2,953 , 추천 :
521 |
|
|
|
|
시골본당 신부로 살면서 가정방문을 하다보면, 방문 후에 안타까움이 영 가시지 않는 많은 가정들이 있다. 시골 지역은 일반적으로 농사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농사일을 하려면 먼저 건강해야 하고 힘겨운 일들을 남보다 더 잘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힘든 일을 잘 해나가면 이웃사람들의 칭송을 받게 되는데, 칭찬을 받으면 생활습관처럼, 자신의 능력이나 남보다 앞서는 자신의 성과를 겸손되게 축소하여 자신을 평가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농부들은 남보다 잘하는 일이 있어도 힘이 세어도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그 반대로 뒤쳐지는 사람들, 뒤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깊은 회의에 젖어서 사는 분들이다. 농부이기에 외모로 보아도 남보다 특별하지 않고, 사회적인 지위로 보나 다른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남보다 나은 것 없는 사람들이다. 외적으로 보아도 낡은 옷에 흙이 묻은 소박한 모습이고, 내적으로 보아도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가난한 모습에서 조용히 우울해지는 자신들이다.
어느 가정에는 93세의 할머니가 살고 계신데, 이 할머니는 치매기가 있으면서도 가끔 방문하는 신부의 손을 잡으시고 그렇게 반가워하신다. 좀 머무르다 떠나려하면 더 있다가 가라고 성화하신다. 다음에 또 오겠다고 나오면서 옆방에 들리면, 일흔이 넘은 그분의 아드님이 중풍으로 앓고 계신다. 얘기를 나누다 나오려고 하면 혼잣말처럼 ‘빨리 죽어야 할 텐데…’하고 말씀 하신다.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까봐 섬뜩해 진다.
건넛방에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손자, 손녀가 살고 있다. 조용히 맘속으로 안타까워진다. 이들을 돕기는 도와야 할 텐데 어떻게 도와야 하나? 그 집에 가서 밭 메고, 음식을 들면서 삶을 나누다가 오는 것이 전부이다. 바로 이분들이 하느님이 사랑하는 자식들임을 어떻게 전해야 하나? 농사일을 거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오는 것이 고작인데 말이다.
삶의 회의에 빠져 있는 바로 이분들이 하느님이 사랑하는 자식들임을, 참으로 소중한(사랑스런) 사람들이라고 마음으로만 전하고 온다.
사랑이신 하느님은 가장 부유하시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가난한 모습으로 오신 성탄의 의미를 묵상해 보았다.
불란서의 유명한 사상가 자끄 마르땅의 사랑에 대한 가르침도 떠올랐다.
“사랑은 어려운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하고 그들과 함께 있게 하고 그들의 것을 받아드리고 인정하게 한다.”
<구일모 신부 / 대전교구 청양성당>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