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은 30여 년 전 새벽에 총으로 정권을 빼앗았다. 불의한 정권이므로 장기 집권을 하고, 국민을 억압하는 공포정치를 하였다. 모든 언론은 통제되고 집회도 금지하였으므로 국민들은 꼼짝도 못했다. 그러한 때 원주교구 지학순 주교가 큰 용기를 갖고 대통령과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양심선언을 하고 감옥에 갇혔다.
그러자 정부의 부당한 보도 탓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성직자가 정치 발언을 하고 사회를 혼란시킨다고 비난하였다. 천주교 안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교회를 분열시켰다고 불만을 이야기하였다.
그 후 지주교 사건을 계기로 소수의 신부들이 사회정의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게 되었다. 당시 신부들이 정치문제에 참여한다는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세월이 지나자 지주교와 그 신부들의 활동은 우리나라 민주화에 한 획을 긋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사회학자인 오경환 신부는 교회의 사회운동이 우리나라 교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연구하여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 연구발표를 보면 사회운동을 활발히 한 교구는 예비신자들이 많이 와서 교세가 크게 증가하였고 그렇지 않은 교구는 증가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하였다.
“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빵을 나누어주면 사람들은 나를 성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왜 이 사람들이 이렇게 가난하느냐?’라고 하면 사람들은 나를 공산주의자라고 한다.”
브라질에서 사회운동가로 유명했던 헬더 까마라 주교의 말이다. 교회 안에서도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교회 내외적으로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는 호응도 좋고 기부금도 많이 들어오지만, 인권 또는 사회운동에는 사람들의 관심도 적고 어떤 기금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교회 장상 역시 사회정의운동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런데 정작,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관심과 노력을 하지 않는 성직자들에게 사실 더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고통을 받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히 사회의 불의나 잘못된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성서의 예언자들이 또 예수님이 그러한 불의에 맞서다 돌아가셨다. 성직자가 성무활동을 잘하고 교회를 잘 이끌어 나가도 사회의 많은 문제나 불의에 의식이 깨어 있지 않으면 정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가난하고 고통을 받는 것은 어떤 개인의 탓인 경우도 많지만, 그 나라의 사회제도나 구조, 그리고 정책 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잘못된 구조나 정책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돕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잘못된 구조나 정책을 바꾸는 사회정의운동도 하지 않으면 부당한 정책의 뒷바라지를 해주는 격이 된다.
“현대의 큰 죄악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무관심하고 알아보려고 하지 않은 태도이다.” 미국의 유명한 어떤 인류학자의 말이다.
역사적으로 종교는 사회가 밝고 건강하게 흘러 갈 때는 종교의 존재가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라에 불의가 많고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어두운 사회가 되었을 때는 사랑과 정의를 통해 사람들에게 빛을 드러냈다.
